'이달의 감독상 받고 실직자 된다'... 토트넘이 만드는 EPL 역사상 최악의 망신

 '성적 부진 해고'와 '월간 최고 지도자'. 도저히 한 사람에게 동시에 적용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수식어가 토트넘 홋스퍼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전망이 나왔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 내부 소식통 찰리 에클셰어의 말을 인용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EPL 이달의 감독상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을 리그 5위로 이끌며 유로파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EPL 구단을 처음 지휘하는 감독으로서는 상당한 성과였다. 이에 고무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4-2025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찬 영입을 단행하며 리그 우승을 노린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고, 그의 공격적인 전술은 상대 팀들에게 철저히 분석돼 역공의 대상이 됐다. 결국 토트넘은 현재 리그 13위로 추락했다. 우승은 고사하고 톱10 진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심지어 한때는 강등권 근처까지 내려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컵대회 성적도 참담하다. 카라바오컵은 준결승에서 리버풀에 2차전 대패를 당해 탈락했고, FA컵은 16강에서 짐을 쌌다. 유로파리그에서도 AZ 알크마르와의 1차전에서 0-1로 패배해 2차전에서 2골 차 이상 승리해야만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 다니엘 레비 회장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알크마르와의 2차전에서도 패배할 경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즉각 경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EPL 2월 '이달의 감독상' 후보에 올라 있다. 2월에 토트넘이 3승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로는 올리버 글라스너(크리스탈 팰리스), 데이비드 모예스(에버튼), 마르코 실바(풀럼), 아르네 슬롯(리버풀) 감독이 있다. 성적만 보면 6경기 4승 2무를 기록한 슬롯 감독이 유리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수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기브미스포츠는 EPL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14일 예정된 알크마르와의 2차전 패배 후 해고되고, 그 직후 발표되는 '이달의 감독상'을 받는 시나리오다. 매체는 "토트넘은 2021년 8월에도 '이달의 감독상'을 받은 누누 산투 감독을 3개월 뒤에 경질한 전력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토트넘이 알크마르를 이길 수도 있고, 슬롯 감독이 수상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트넘'과 '레비 회장'이라는 변수가 있다. 상식 밖의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토트넘에서는 이런 촌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영국 현지의 시각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운명은 14일 알크마르전에 달려있다. 그가 극적인 승리로 위기를 모면할지, 아니면 '해고된 이달의 감독'이라는 역사에 남을 기록의 주인공이 될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토트넘은 또 한 번 축구계의 이슈 메이커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