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음악'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르네 야콥스의 세계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헨델의 첫 번째 오라토리오인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Il trionfo del Tempo e del Disinganno)'다. 1707년 봄, 당시 22세였던 헨델이 로마에 머물며 작곡한 이 작품은 그의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헨델이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된 것으로, 그의 이탈리아 양식 습득과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는 단순한 음악 작품을 넘어 철학적 깊이를 지닌 알레고리적 작품이다. 주인공 '아름다움(Bellezza)'이 '즐거움(Piacere)'의 유혹에서 벗어나 '시간(Tempo)'과 '깨달음(Disinganno)'의 인도를 받아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철학적 담론인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헨델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덧없는 아름다움과 세속적 즐거움의 유혹,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원한 진리를 향한 영혼의 여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르네 야콥스는 현대 고음악(Early Music)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원래 카운터테너 성악가로 활동하다 지휘자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성악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해석은 음악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섬세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독보적이며, 수십 년간의 연구와 연주를 통해 바로크 음악의 진정한 모습을 현대에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르네 야콥스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비록 오케스트라(B'Rock Orchestra)는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대악기 전문 연주단체다. 2005년 창단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전달해온 이들은 2012년부터 르네 야콥스와 협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만남은 바로크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함께 헨델, 바흐, 텔레만 등 바로크 대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아름다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선혜는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바로크 음악 전문 성악가다. 폭넓은 음역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유럽 고음악계에서도 인정받는 그녀의 참여는 이번 공연의 큰 기대 요소다. 그녀는 특히 헨델의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뛰어난 해석으로 알려져 있어, '아름다움'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와 성장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주목된다.
임선혜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성악진도 화려하다.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페르, 카운터테너 폴 피기에, 테너 토머스 워커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바로크 음악 전문 성악가들이 각각 '즐거움', '깨달음', '시간' 역을 맡아 풍성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유럽 고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온 전문가들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바로크 시대의 철학적 사유와 음악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헨델의 초기 걸작을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해석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놓칠 수 없는 공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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